연합마당
국립공원 지정 반대하던 범어사
5년 만에 부산시에 동의 공문
“새 집행부 들어서 분위기 급변”
양산시도 숲세권 기대감에 찬성
‘부산의 진산’ 금정산이 ‘한국의 진산’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금정산 국립공원화에 회의적이던 범어사가 최근 국립공원 지정에 동의하기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금정산이 전국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이 되기 위한 8부 능선을 넘었다.
4일 부산시와 범어사에 따르면 범어사는 지난 2월 27일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추진하는 업무협약서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는 공문을 부산시에 보냈다. 부산시가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한 지 약 5년 만에 범어사의 동의를 끌어냈다.
범어사 관계자는 “그동안은 범어사 일대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묶여 있는 데다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이중 규제라는 인식이 커 반대 입장이었다”면서 “하지만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자연을 보존하면서도 탐방로 조성으로 범어사의 오래된 난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이 함께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해 왔지만, 그동안은 이해 관계자의 반대 목소리가 컸다. 특히, 범어사와 국립공원 대상지에 포함된 사유지 소유자의 반발이 컸다.
실제로 금정산 국립공원 대상지의 82%가 사유지다. 범어사 면적은 8%에 달한다. 금정산이 국립공원이 되면 전국 최초의 도심 국립공원이라는 효과가 크지만, 토지 소유자 입장에서는 개발이 어렵고 여러 가지 제한이 있다.
이에 부산시는 금정산 국립공원 추진 대상지에 포함된 부산 6개 지자체(금정·동래·사상·부산진·북·연제구)와 양산시, 경상남도, 범어사와 협의를 거쳐, 가장 반발이 컸던 금정구 금성동 산성마을 등 일부 사유지를 제외하고 대상지를 73.6㎢로 정했다.
부산시 공원도시과 이동흡 과장은 “범어사의 경우 지난 1월 정오스님이 주지스님으로, 정여스님이 방장스님으로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며 “새 집행부가 들어선 셈인데,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통해 범어사가 중흥하는 계기로 삼자는 분위기가 일었다”고 설명했다.
부산보다 늦게 국립공원 지정에 뛰어든 팔공산이 지난해 먼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점도 자극이 됐다. 범어사 소임자 스님은 “팔공산이 국립공원이 되면서 은해사와 동화사가 그동안 못 풀었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을 봤다”면서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과정에서 두 사찰이 지자체와 적극 협의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금정산 국립공원 대상 지역에 많은 면적이 포함된 양산시 동면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던 양산시도 최근 입장을 선회했다. 양산 사송신도시가 들어서며 아파트 단지가 대거 생겼고 ‘국립공원 숲세권’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서다.
부산시 안철수 푸른도시국장은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부산시가 추진하는 서부산의 국가정원·국가도시공원과 함께 양대 축으로서 부산 시민이 자연을 보전하고 느낄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